2012/02/03 12:01

[알타이 샤머니즘] 독서 일기

알타이 샤머니즘 / 이건욱 외 지음 ; 국립민속박물관 2006

알타이 공화국은 우리에게 매우 생소한 나라입니다. 러시아와 몽골, 카자흐스탄의 접경에 위치한 이 나라는 과거 소비에트 연방의 일원으로 현재에도 러시아의 정치적 영향력 하에 속해 있으며, 주된 산업은 목축업과 관광업- 아무래도 한국인 입장에서는 뙇!!! 감이 오지 않는 것이 현실입니다.

하지만 알타이라는 이름은 한국어의 어족으로(견해가 다른 학자도 있겠습니다만) 분류되기도 하고, 한국 문화에서 발견할 수 있는 북방 문화의 영향을 살피기 위해서라면 한 번쯤 짚고 넘어가야 할 이름이 아닐까요...
....뭐 저야 억지로 북방 문화와 한국 문화를 결부시키려는 시도 아주 딱 질색이지마는....

그 중에서도 국립민속박물관이 펴낸 이 책, [알타이 샤머니즘]. 최근 국립민속박물관은 샤먼 특별전도 하는 등 이쪽 분야에 상당한 힘을 싣고 있는데요, 이쪽 분야라면 덮어놓고 질색을 하는 특정 종교가 기세등등한 우리나라에서는 정말이지 힘겹고도 훌륭한 작업이 아니라 할 수 없군요.

무엇보다도 이 책에서는 생소한 알타이 공화국이라는 나라의 민속을 보다 잘 전달하기 위해 알타이 공화국의 역사부터 시작하여 채록을 한 샤먼의 약력, 답사 연구에 도움을 준 분들, 답사 팀이 각고의 노력을 다해 인터뷰할 수 있었던 각종 의례를 꼼꼼하게 서술하고 사진으로 찍어 수록하고 있습니다. 대저 세계 전역의 샤먼과 비슷한 직능의 소유자들이 사진이나 인터뷰에 기함을 하는 것을 생각해보면, 이러한 거부감을 뚫고 이만큼이나 인터뷰할 수 있었던 답사 팀의 노력에는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어요.

샤머니즘에 한할 것이 아니고 알타이 공화국의 역사, 문화, 생활의 보고라 할 수 있는 이 책에서-
...읽으면서 내심 뿜었던 것은 인터뷰에 응해주었던 안나 미하일로브나 께렉시베쏘바. 그 자신도 상당히 명망이 높은 샤먼이지만, 딸과 손자에게도 신기가 있다고 하는데... 이 손자 분이 러시아 시베리아 지방의 스타크래프트 게이머라지 뭡니까(....) 시베리아 방면 대회에 출전하여 4위를 하셨다고(.....) 한국에서 취재를 왔다고 하니 한 수 가르쳐달라고 하더래요(.....) 샤먼의 강한 힘은 2대 걸러 전해진다고 하는데, 그 속설을 증명하듯이 신기를 보이고 있는 이 분의 장래가 어떠할지 사뭇 궁금한 바였습니다(.....)

알타이의 샤머니즘은 상당한 역사의 부침을 겪어왔습니다. 특히 제정 러시아와 샤머니즘을 탄압한 스탈린 시대를 거치면서 지하세계를 여행하고 피로 제물을 바치는 흑샤먼에 비하여 백신앙-불교와 습합을 이룬 부르하니즘이 대세를 이루게 되고, 지금은 흑샤먼은 거의 찾아볼 수가 없다고 하는군요. 시베리아 샤머니즘의 뿌리라고 할 수 있는 알타이 사람들이 이제는 샤먼이라는 말을 그들 자신부터가 꺼림직하게 여기고 있다니 참으로 묘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누가 뭐라 하여도....
봄이 오면 누가 뿌린 것도 아닌 꽃이 무리지어 피어나는 것처럼.
사람들의 무구한 신앙, 그 믿음은, 형태를 달리할지언정 아름답게 피어나겠지요. 앞으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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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Romancer's place 설원의 별장 : [알타이의 민족들] 2018-02-03 13:01:02 #

    ... 여 덥썩와락한 이 책. 당시에는 경황이 없어서 캐치하지 못했는데 2006년에 알타이라는 주제로 국립민속박물관에서 핫한 연구가 이루어졌나 봅니다? [알타이 샤머니즘]도 이 시기에 편찬된 책이로군요.덧붙여 이 책은 서지를 유심히 보신 분은 아시겠지만 러시아 정교회 선교사인 베르비쯔키가 쓴 것으로 알타이의 ... more

덧글

  • Esperos 2012/02/03 12:35 # 답글

    프랑스 소설 '돌의 집회'에서 관련 이야기가 조금 나온 적이 있다오. 그야말로 소설적 수준이긴 하지만. 언어학계의 정설은 알타이어족설은 가설 수준에서 인정되고 있어. 그래서 '알타이 제어'라고 부른다오. 이른바 '알타이어들' 사이에 어떤 공통점이 보인다까지는 학자들 사이에 이견이 없는데, 이게 같은 어족이라서 그러냐, 아니면 다른 공통 언어의 영향을 받아서 그러냐에 대해 학자들끼리 의견이 불일치. 확실히 하려면 관련 알타이 제어에 대한 연구 수준이 높아져야 하는데 알타이 제어가 많이 사라져가는 추세라 연구 자체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오. ㅇㅅㅇa

    샤먼-강령술은 심지어 좋게 생각하던 시절에도 위험하므로 함부로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으니, 하물며 샤먼에 대한 인식 자체가 안 좋아진 현대에 와서야...(먼 山)
  • 진냥 2012/02/06 01:21 #

    많은 소수민족어가 사라져 가는 이상 그쪽 연구는 난항 일로겠군요...
    샤먼의 인식은 근현대 들어 좋아진 적이 없을 정도로 낙후 일로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라지지 않고 형태를 달리해서 살아남고 있으니까요. 그게 샤머니즘의 강한 점이죠.
  • 까마귀옹 2012/02/04 01:31 # 답글

    알타이 공화국이라... 한국어와 알타이 어족과의 관계에 대한 것 빼곤 한국에선 거의 알려져 있지 않은 곳이죠. 알타이를 비롯해서 시베리아 지역의 샤머니즘 문화에 나름대로 흥미로운 점이 많다던데 읽어볼 가치가 있는 책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말이죠. 어디선가 '시베리아'나 '알타이'란 말을 듣고 '눈은 번쩍 귀는 쫑긋 말초신경은 아~'할 작자들이 나올 듯한 느낌이 드는 건 뭘까요?(그러니까 환 뭐시기 라든가......)
  • 진냥 2012/02/06 01:22 #

    역사와 문화, 정치 경제 방면까지도 꼼꼼하게 서술하여 알타이 지역의 샤머니즘을 이해하는 기반으로 삼고 있으니 이 또한 훌륭한 책이 아닌가 합니다.
    환 어쩌구 하는 분들은 참으로 실망하겠지만 현대의 부르하니즘은 환 어쩌구와 연결할 건덕지 비슷한 것도 없으니까요=ㅅ= 어쩐지 후련해지는 기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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