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2/06 01:19

하늘과 땅을 잇는 사람들, 샤먼 - 국립민속박물관 특별전시 역사 잡상

마침 이야기가 나온 김에... 가 아니라.
이건 실은 빨리 리뷰해야 합니다! 전시기간이 2월 27일까지이거든요!=ㅁ=
왜 늘 촉박하게 리뷰하게 되는 것일까... 이건 병이라고밖에 할 수 없군요=ㅅ=

경복궁 동쪽에 부속되어 있는 국립민속박물관. 민속에 대한 자료를 주로 전시하는 한편 다양한 프로젝트로 세계의 민속을 넓고 깊게 알리는 매우 훌륭한 곳입니다. 이전 포스트의 [알타이 샤머니즘]도 이곳에서 힘써주신 결과로 발간되었지요.
그런 민속박물관에서 지금까지 힘써 연구했던 샤먼이라는 주제를 피로할 작정인지 샤먼 전시회를 열었습니다.
샤먼이라는 주제라면 껌뻑 죽는 저로서는 다녀올 수밖에 없잖습니까! 아, 정보를 입수한 곳은 의외로 국립중앙도서관. 주차장에서 이 전시회의 현수막을 건 차량을 발견한 덕분에....ㅠㅠ

그런 연유로 오래비의 올림푸스 카메라를 장착하고 만전을 기하여 출발하였는데요...
도착하여서 알게 된 사실. 특별전시실 내에서는 사진 촬영이 금지래요!!!ㅠㅠㅠㅠㅠ
싫어-엇!!!ㅠㅠㅠ 얼마나 기대했는데!!!
그런 연유로 해서 이성을 잃고 문화 시민을 저버린 덕에 찍은 사진이 몇 장 있습니다. 착한 어린이들은 따라하면 안 되요ㅠㅠ

전시실 입구에 게시된, 샤먼 관련 민속을 가진 민족을 표시한 지도. 아시아만 해도 이렇다는 것이고 아메리카나 오스트레일리아 지역은 빠진 상태이니.... 얼마나 넓은 지역에서 아무런 관련 없는 사람들이 비슷한 믿음을 믿고 있는지 이렇게 눈으로 봐도 믿어지지 않습니다.

우리나라의 허개등. 신이 좌정한 곳을 표시하는 아름다운 등입니다. 별신굿이나 오구굿에서 쓰인다고 하네요.
여기까지는 촬영가능... 그 뒤부터 박물관 직원과 저의 살벌한 신경전이 펼쳐졌습니다:Q

샤머니즘은 엑스터시와 같은 이상상태에 진입한 샤먼-무당이 종교의례와 예언, 치병을 수행하는 문화현상입니다. 한국의 경우 오랜 유교 전통과 근현대의 급격한 사회변화때문에 무당의 기예에 대해 상당히 백안시를 하는 편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당의 민속은 연연히 살아남아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지요. 그것은 소비에트 연방의 강력한 종교 탄압책에도 불구하고 샤먼 전통이 살아남았던 북아시아의 샤먼 전통과도 닮음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 특별전에서는 다루어지지 않지만 아메리카 지역, 오스트레일리아 지역에서도 분명 샤머니즘 전통과 유사한 문화현상이 남아 있습니다. 이토록 지구 전역, 광범위한 지역에서 샤머니즘의 유사한 요소- 샤먼의 천상-지하세계의 여행, 우주나무의 모티프, 샤먼을 수행하는 동물정령들, 샤먼이 완성되는 성무의례 등이 발견되는 것을 보면 놀라움마저 느끼는 것입니다.

이번 샤먼 특별전은 특히 북아시아 계통의 샤머니즘을 중심으로 그들의 의례도구, 의례에 사용되는 특별한 무복巫服 등을 전시하고고 의례장소를 재현하는 등의 실로 충실한 전시를 마련하고 있습니다. 샤먼이 보는 세계- 신이 춤추고 동물이 말하는 그 신비한 세계를 직접 거니는 듯한 체험은, 정말이지 어지간해서는 만나기 힘든 귀중한 기회일 것입니다.

시베리아의 샤먼 의례장소 재현. 나무로 깎은 짐승의 토템이 인상적이지요. 천막에서 머리를 삐죽 내밀고 있는 저것은 암컷 맘모스의 토템이라고 합니다.

에벤키던가 야쿠트던가~=ㅁ= 오른쪽에 전시된 기묘한 인간 형상이 옹고드. 몽골 지역의 신령 토템입니다.

한국의 굿당. 아름답지요.

너무나 마음에 들어 박물관 직원의 매의 눈도 무릅쓰고 찍을 수밖에 없었던 북. 손잡이 부분이 새의 형상입니다. 새는 어느 지역의 샤머니즘 전통에 있어서든 하늘과 땅을 연결하는 샤먼의 사자, 신의 목소리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우리네 솟대에도, 이 북에서 보는 것처럼 하늘을 자유롭게 날아오르는 새에 대한 인간의 각별한 감정이 담겨 있어 볼 때마다 감동하곤 합니다.

전시실을 두 바퀴나 돌고 나서(....) 여전히 굶주린 기분으로 이번에는 도록을 찾으러 갔습니다. 이런 국립 박물관의 기획전시 때에는 반드시라고 할 만큼 훌륭한 도록이 출간되니까 말이죠. 이전에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기획하였던 '문자, 그 이후' 때에도 도록이 발간되어 도서관에도 들어온 터라. 이번에도 도록을 확인하러 갔습니다. 고맙게도 이곳에는 아카이브실이 따로 있어 민속박물관에서 출간한 각종 자료집이나 도록을 관람할 수 있고 또 인터넷 검색도 할 수 있는 장소를 마련해두었습니다.
....그런데 안고맙게도 그때 하필이면 어린 학생... 아마 초등학교 고학년으로 짐작되는데 말이지요, 그러한 소년들이 컴퓨터를 차지하고............ 온라인 게임을 하고 있지 뭡니까.
참고 참았지만 한 소년이 "죽어라 괴물아!!!"같은 기성을 올리자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여기 게임하는데 아니거든요?!"하고 면박을 주어 쫓아냈습니다. 그날의 제가 할 말은 아니었지만요.... 난 문화시민을 그만두겠다! 문화시민을 초월하겠다, 죠죠-!!!(누구야)
....시간을 두어 국립민속박물관의 좋은 점과 샤먼 특별전의 근사한 점을 설명하였으면 좋겠지만 아마 그 학생들도 듣고 싶지 않았을 테고, 저도 시간이 없고 의욕은 더더욱 없어서...=ㅅ=

어쨌든 도록에서 발견한, 전시실에는 없는 유물. 샤먼의 새- 코오리의 사진입니다.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모르겠습니다.


아... 정말이지 전시실 복도에 드러누워 살고 싶을 정도의 유익하고 행복한 전시였습니다.... 샤먼 덕후인 저에 한해서겠지만(....)
하지만, 정말로 좋으니까요.
하늘과 땅을 잇고, 신과 인간을 연결하고, 갖은 동물과 함께 춤을 추고, 수천 마리 새와 함께 노래하고, 일곱 층의 하늘과 일곱 층의 땅 아래를 오가는 샤먼.
사람이 있는 한, 형태도 없고 모습도 다른 이들을 사랑하고 어루만지는 그 마음이 변하지 않는 한- 샤먼 전통은 바뀌어가면서도 여전히 우리 곁에 남아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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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迪倫 2012/02/06 08:52 # 답글

    흥미있는 전시회같습니다. 저는 진냥님 헤이안덕이신줄 알았는데 이제보니 샤마니덕이셨군요. (왠지 베이징덕 같이 들리지만..-_-;;)

    혹시 사라 넬슨이라고 한국 신석기 고고학 전문 학자가 쓴 소설 "Spirit Bird Journey"를 읽어보셨는지요? 한국에서 "영혼의 새"라고 번역되어 나온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한반도의 신석기와 현대를 배경으로 샤먼과 새가 등장하는 소설입니다. 혹시해서 소개드립니다.

    아무튼 서울 역덕기행, 서울을 떠난지 오래된 제게는 상당히 흥미있는 시리즈입니다. 진냥님 글도 재미있구요 ^^
  • 迪倫 2012/02/06 08:53 #

  • 진냥 2012/02/08 16:59 #

    저는 헤이안덕이기도 하지만 샤머니덕이기도 합니다! 그외에 몽골덕이기도 하고.... 갖가지 이상한 분야에 심취하고 있답니다ㅇ<-<
    [영혼의 새]... 옛날엨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읽었지욥!!!!!!!!!!!!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도 오래전에 읽어서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의외로 엄청 기대했던 것만큼 좋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이런 소재라면 덮어두고 기대하게 되어버려서, 결국 본편에 들어가면 지나친 기대때문에 실망하게 되는 악순환을 겪고 있습니다...ㅠㅠ
    대단한 내용도 아니지마는 흥미있게 봐주신다니 황감합니다!
  • 미치루 2012/02/06 19:03 # 답글

    오오 좋은 전시 알게됐네요^^ 전시 끝나는 날이 좀 빠른 감도 있지만ㅜㅜㅜ
  • 진냥 2012/02/08 16:59 #

    20일쯤 남았을 때 리뷰하는 거라면 저의 패턴치고는 양호한 편
    ......죄송합니다.....ㅇ<-<
  • thespis 2012/02/07 21:21 # 답글

    헉! 저도 이쪽 참 좋아하는데 좋은 정보 알게 되어 반갑습니다 'ㅂ')/
  • 진냥 2012/02/08 17:01 #

    이렇게 마이너한 분야를 좋아하시는 분을 뵙다니 저야말로 반갑습니다!
    아무쪼록 즐겨주시길 바랍니다! ...국립민속박물관과는 하등 상관없는 저의 말이지만!
  • solace 2012/02/08 02:30 # 답글

    제목을 보자마자 이건 냥구가 좋아할 내용이라고 생각했는데 역시 냥구의 글이었군! 하이텐션이었을 자네가 눈에 선하다. 재밌었겠는걸. 나도 한국에 있었으면 보러갔을것 같지만 일찍 끝난다니 아쉽다.ㅜㅜ
  • 진냥 2012/02/08 17:02 #

    이런 걸 블로그에 애써 올리는 사람이 나 이외에 누가 있을까
    .....예전에는 이렇게까진 생각 안했는데 하도 이런 반응을 많이 보다 보니 말이야. 하하하 하하하하...ㅠㅠ
    특별전이 대체로 석 달 정도 되더라고.... 박물관 측에서는 오래 걸고 있다고 생각하는지 모르지만 어째 아쉽다...ㅠㅠ
  • Esperos 2012/02/08 20:18 # 답글

    소생은 참 메이저한 취향인 거 같음 (야)
  • 진냥 2012/02/10 16:51 #

    아 네
  • 미리나이루 2012/02/10 10:24 # 삭제 답글

    저야 뭐 사이비 밀덕이다 보니....
  • 진냥 2012/02/10 16:52 #

    이 포스트와는 별로 상관없는 말씀인 것 같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좋아하는 것이 뭐 어떤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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