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9/05 23:36

[무라사키시키부 일기] 독서 일기

무라사키시키부 일기 / 무라사키시키부 지음 ; 정순분 옮김 ; 지만지 2014

[무라사키시키부 일기] 드디어 봤드아아아아아아아악!!!
무라사키시키부는 중궁 쇼시 밑에 출사하여 [겐지 이야기]라는 최초의 여성 장편 문학을 저술한 여성. 자세한 내용은 중언부언하기 귀찮으니(야) 하이퍼링크를 읽어주시옵고....

이 일기 자체도 단순한 일기가 아니라 쇼시의 첫 출산에 임해 미치나가의 명으로 쓰여진 일종의 르포 같은 것입니다. 이치죠 천황은 아무래도 데이시를 그리워하고 미치나가의 득세를 마뜩하게 여기지 않았던 모양으로, 쇼시가 회임하게 된 것은 후궁으로 입궐한지 장장 9년이나 지난 다음이었다고 합니다. 그 중대함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겠지요.

단락마다 해제가 꼼꼼히 들어가 있는데, 흐름을 끊는 데도 있고 저와 해석이 달라서 미묘한 기분이 되는 바도 있었지만....
특히 산고로 괴로워하는 쇼시에 관해 서술하는 무라사키시키부가 데이시를 칭송하기만 하는 세이쇼나곤과 대비해 주군과 인간적으로 공감한 것이라는 식으로 해석하였는데요....
주군과 그 가족과 스스럼없이 이야기하고, 그리워하는 사람처럼 편지를 나누는 세이쇼나곤이 데이시를 인간적으로 공감하지 않은 것처럼은 아무래도 여겨지지 않는단 말이죠. 오히려 여자의 삶이 이런 고해라는 무라사키시키부의 뿌리 깊은 상념이 표현된 거 아닐지.
....뭐, 여러 사료를 두루 섭렵한 역자의 해석이 더 무게가 있겠지요. 단순한 제 감상입니다.
무엇보다도 이 해제를 통해서 고세치 등 궁중의 여러 의식을 그 연원과 절차를 포함해 죄다 알 수 있게끔 한 것은 돈수백배일 따름입니다. 갓난 황자의 목욕 의식 때 당상관이 [사기]나 [효경]을 읽는 것도 신기했고요.

해제 이야기가 나오니 말인데, 무라사키시키부가 미치나가의 시첩이었다는 설을 거론하는 부분은 재미있었습니다. 제가 보기에도 미치나가가 무라사키시키부를 개인적으로 들쑤시는 장면 너무 많이 나옵니다. 이런저런 사소한 일에도 구태여 와카를 읊도록 요구한다거나, 번잡스러운 행사를 피해 방에 들어앉아 있었더니 억지로 불러온다거나, 밤중에 찾아온다거나....
....이렇게 써놓으니까 완전히 확신범 같은데요!? 아니, 엄정한 판단은 아무쪼록 본문을 직접 읽으시고 판결해주시길!

그리고 가장 중요한 무라사키시키부 본인에 대한 느낌은-
.......상상 이상으로 어두웠습니다.... ㅋ.....
하지만 어쩔 수 없다 싶은 게, 본인 성격도 성격이지만 주군인 쇼시의 처지도 의외로 기구해서 말이죠. 쇼시의 회임이 늦어진 것도 있거니와 쇼시의 시녀들조차 데이시의 시녀들과 이리저리 비교를 당한 듯하니, 그 구슬픔과 서러움이 절절하게 묻어나고 있었습니다. 이치조 천황이 병으로 쓰러질 때까지도 쇼시 소생의 황자를 동궁으로 낙점하지 않은 것도 쇼시 진영을 괴롭혔겠지요. 그러잖아도 내성적인 무라사키시키부로서는 더욱 고통스러웠을 터.

.....그렇다고 세이쇼나곤을 험담한 것은 용서가 안되지만요. 야 이 여자야 그건 완전 저주 레벨이거든?! '그런 여자는 끝이 완전 똥망일 거임'하고 맺는 것은 무슨 빌어먹을 심본데?!?!?!
게다가 다른 시녀가 자신을 두고 뒷담한 일에 관해서는(이치조 천황이 [겐지 이야기]를 읽고선 '이 이야기의 작자는 [서기]를 잘 아는 것 같구나'라고 평한 데에 대한 뒷담인듯) 몇 장이나 할애해서 분개하고 변명하고 있습니다. 성격 진짜 글렀구만....


.......왠지 알면 알수록 까고 마는데요, 무라사키시키부.
그렇게까지 싫어하지 않습니당... [겐지 이야기] 몇 번이나 읽었고.....
참, 후지와라노 긴토(4조 대납언이라고 불리고 있었습니다)가 무라사키시키부를 '와카무라사키'라고 부르는 장면이 나옵니다. [초역 백인일수 우타코이]를 읽은 저로선 뿜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덧글

  • 미치루 2014/09/06 22:10 # 답글

    진짜 ㅋㅋㅋ세이쇼나곤 험담이 있는건 알았지만 상상이상으로 심하게 까서 으악 했어요 ㅋㅋㅋㅋㅋ
  • 진냥 2014/09/07 22:07 #

    게다가 남을 까는 만큼 본인 행실이 똑바르냐면 그런 것도 아닌 게.... 궁중 행사에 참여한 나이 든 시녀를 조롱하는 편지를 보내는 데에 한몫하지요;;;
    아니 뭐.. 그렇다고 싫은 건 아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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