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8/01 23:09

[사피엔스] 독서 일기

사피엔스 / 유발 하라리 씀, 조현욱, 이태수 옮김 ; 김영사 2015

이렇게 어어엄청나게 유명한 책은 좀처럼 마음이 동하지 않는 병이 있긴 한데....
같은 업계로 우연히 같은 연수(한국학중앙연구원 연수도...)를 듣게 된 분으로부터 굉장히 열렬한 추천을 받아 읽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그런데 지역 도서관에서 대출했더니
......저자 사인..... 저자 친필 사인입니까? 아이에에에에에에!!!
유홍준 교수친필 사인에 이어... 이번에는 세계적으로 이름난 저자의 사인본이라니 대체 얼마나 수완이 좋은 겁니까 시립 도서관...??!!
'한 사피엔스로부터 다른 사피엔스에게'라니. 이 책 답다고 할지....

하지만 이런 유명한 저자의 책.... 덮어놓고 관심이 없어서 무슨 책인지도 알 수 없었는데, 개시해보니 생물학과 역사학과 사회학을 접합하여 인류 역사를 개괄하는 책이었습니다.
그리고 인류 발전의 원동력을 탐구하면서- 그것이 '발전'인지 의문을 제시하는 겁니다.

무엇보다도 저자의 필력이 재미있어요!
인류 최초의 예술품으로 여겨지는 사자-인간(전곡리 선사 박물관에도 소개하고 있지요)을 자동차 회사인 푸조(...)의 엠블렘과 연결시키고, 푸조라는 회사를 사회적으로 성립하게 만드는 장치가 따져보면 순전히 인류의 의식이 만들어낸 '상상의 질서'임을 밝히는 서술은 단순히 설명만으로는 지루하고 어려울 수 있는 주제임에도 빨려들 만큼 흥미진진하게 전개됩니다. 그리고 사피엔스라는 종이 지구를 지배하는 종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데에는 이러한 상상의 질서를 구성하는 능력- 농업 혁명, 제1의 물결에 앞선 '인지 혁명'이 전제되어 있었음이 저자가 주장하는 바가 아닐는지.

...그리고 이러한 이야기를 늘어놓으면서 해리 포터를 언급한다든지, 메리의 검은 양이라는 노래를 인용한다든지... 비유며 내용전개가 정말이지 능수능란하고 유쾌해요! 루이 14세의 초상화와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허물 없는 사진을 대조하는 데에는 정말이지 무릎을 쳤지요.

그 외에도 저에게는 굉장히 신선하게 다가오는 이론이나 표현을 제시해서 무척 재미있었습니다. 특히 '뒷담화 이론'.. 저도 불초하나마 직업인으로서 뒷담화가 상당히 심한 업계에서 살고 있고, 그것이 참말이지 싫었는데 이 책에서는 사회의 협동을 가능케 하고 무임승차자로부터 사회를 보호하는 기능이 있다고 위트 있으면서도 납득이 가게 서술하고 있습니다.
그래! 부장을 열심히 까자!!!(야....)


뭐, 결론을 말하자면.... 저의 결론일지 저자의 결론일지 단언할 수는 없습니다만.
인류는 진보라고 형용하는 길을 밟이면서, 정작 행복이라고 표현할 수 있는 길은 찾아내지 못했습니다.
'인지 혁명'도 '농업 혁명'도 '과학 혁명' 조차도 인간을 행복하게 해주지는 못했습니다. 이 책의 표현을 따르자면 '진화적 성공과 개체의 고통'은 별개의 문제인 것이지요. 그리고 그 종국에, 인류는 자신의 종뿐만 아니라 자신이 살고 있는 터전까지 깡그리 불태워버릴 수 있는 종이 되어버렸습니다.

또한 흥미롭게도 저자는 이런 진보를 부정하지 않고, 생물학적인 측면에서 인류의 행복을 재고합니다. 자본주의 체제와 과학 혁명을 겪으면서 인간의 행복은... 그 형태를 바꾸었더라도 총량은 변하지 않은 셈인데요, 비유컨대 조선 시대 농민과 비트코인에서 대박을 내어 강남에 건물을 산 투자자의 행복은, 그의 생물학적인 수용구조에 따라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이지요.

행복이 무엇인지 분명히 정의내리지도 못한 채 발전해 온 이 생물종은, 앞으로도 무엇이든 해낼 테지요. 세로토닌을 주입해 화학적 행복을 가공할 수도 있고, 클론을 생산할지도 모르며, 어쩌면 죽음조차 극복할 가능성조차 있지요.
그런데도 여전히 만족하는 법을 모릅니다.

저자는 강하게 묻고 있습니다.
우리는 무엇을 하고 싶은가?
그 질문에 답을 할 때 비로소 인류는- 멈출지 나아갈지 답을 낼 수 있을 터입니다.


음, 그리고 이런 종류의 주제를 다루는 경우 대체로 역사라는 분야에 관해서 평가가 박한데요...
저자는 역사에 대해 무척 인상 깊게 서술하고 있습니다.

역사를 연구하는 것은 미래를 알기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의 지평을 넓히기 위해서다. 우리의 현재 상황이 자연스러운 것도 필연적인 것도 아니라는 사실을 이해하기 위해서다. 그 결과 우리 앞에는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더 많은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이해하기 위해서다.

음....... 훌륭한 말씀.....ㅠㅠㅠㅠ
저자의 다른 책도 읽고 싶네요...!!!

덧글

  • 은이 2018/08/02 09:07 # 답글

    행복해 지고 싶은 길을 찾아 이거저거 그런거 하다보니 발전을 했다! ..
    근데 아직 뭘 해야할진 여전히 모르겠다- 는걸지두요
    까놓고 말해서 머니! 건강한 몸! 이거만 있음 99%는 해결되지만 그걸 인정해 버리면 책을 쓸 수가..(...)
  • 진냥 2018/08/02 23:12 #

    도가가 세계 메이저 종교였다면 인류는 발전하지 못했겠지요...ㅠㅠㅠ 안빈낙도 최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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