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1/30 16:35

[호색일대남] 독서 일기

호색일대남 / 이하라 사이가쿠 씀, 정형 옮김 ; 지만지 2017

...이 책을 출간하다니 과연 지만지.... 평범한 독자가 상상하지도 못하는 일을 태연하게 해치운다! 도취된다! 동경하게 된다...!!!
이 드립을 칠 만큼 충격적인 작품.... 이 책은 에도 시대 죠닌 문학의 대표격으로, 주인공이 수많은 여자는 물론이고 상인도 후리고 다니는 이야기를 그렸다고 합니다...!!!
뿐만 아니라 저자는 [호색일대녀], [일본영대장] 등의 책을 써서 죠닌들이 즐겼던 분방한 풍속과 장사수완을 현란하게 그려냈다는데 [일본영대장]은 한국학술진흥재단 학술명저번역총서의 하나로 출간되었습니다. 이것도 체크해야.. 라는 정도가 아니고 이미 도서관에서 빌려놓음(....)

작품으로 말할 것 같으면...
주인공 요노스케는 남녀 가리지 않고 놀아본 유메스케라는 사내가 유녀로부터 얻은 아이입니다. 나이 일곱에 벌써 연애세포가 폭주해서 하녀들에게 비익조와 연리지가 되자는 둥의 작업 멘트를 날리는데요.... 당현종과 양귀비, 기리쓰보 천황과 기리쓰보 코우이처럼 자신들의 사랑을 비익조와 연리지에 빗댄 커플은 끝이 멀쩡한 적이 없다는 제 견해는 둘째로 하고 흠 7살.... 저처럼 연애세포가 발생 단계도 겪지 않은 듯한 인간은 전율할 따름이군요......
이런 요노스케가 처음으로 성관계를 맺은 때는 바야흐로 10세. 상대는 남자....!!! 그 나이에 자신이 너무 요염하다느니 아름답다느니 자뻑하고 있다가 갑작스러운 비를 만나 우산을 씌워준 남자에게 훌렁 반해 사랑을 애걸하니, 그 남자의 동생(..이 경우에는 남색의 상대)이 양보해줘서 비로소 맺어졌다고 합니다. 정작 남자 본인은 엄청 떨떠름한 태도였는데 말이죠!
이어 11살에 허름한 유곽에서 어딘가 초연한 분위기의 유녀에게 매료되어 드디어 ☆동정졸업☆... 무가 출신이라는 여자를 낙적도 시켜주고 말이죠. 대저 유녀의 낙적은 거금이 든다는데 11살에 이 짓을 하고 다니는 놈이라니....

그리고 이때부터 리얼 호색열전. 이 책에는 나름대로 유노스케의 연령에 따른 흐름이 있는데, 7세부터 11세까지가 나이에 걸맞지 않은 우스꽝스러운 호색담이라면 12세부터 이어지는 청년기는 뭐랄까... 더러운 호색담입니다=ㅅ= 과부를 꼬드겼다가 태어난 사생아를 버리고, 유부녀에게 들이대다가 대차게 차이기도 하며, 항구며 뒷골목의 번듯하다고 말하기 어려운 유곽에서 천박한 여자들과 어울리다가 못 볼 꼴 보고. 물론 반성따윈 1도 하지 않는 유노스케!
결국 아버지의 명령으로 장사하러 갔다가 왠 자매한테 반해 기둥서방 노릇하더니만 아버지에게 절연당합니다.(아버지 쪽도 꽤나 놀아난 사람이라 니가 그래도 돼? 라는 기분도 들었지만 유노스케가 청출어람인 것으로.. 게다가 아버지는 재산도 있잖아...) 살아갈 길이 막막해서 출가까지 했지만 제 버릇 개를 주고 개가 똥을 끊을까요. 얼마 안되는 소지품조차 거진 날려버리고 그야말로 무일푼이 되어 풍류에 밝은 기질을 살려 놈팽이들의 놀이 친구가 되거나, 욕정 넘치는 하녀의 남첩, 기둥서방은 뭐 기본이고, 그야말로 가장 밑바닥을 전전하다가 감옥에서 만난 여자와 야반도주를 했는데 그녀가 끔살당하여 통곡하기도 합니다.
.....헌데 이 시점에서 아버지가 죽어서 유산 낼름. 인생역전~=ㅁ=
그 뒤로부터는 호화로운 유곽에서 이름난 다유(오이란 중에서 가장 격이 높은 유녀)를 섭렵하는 생활! 수많은 남자들의 동경의 대상인 다유의 엄청난 영업력을 보여줍니다. 제일 인상 깊었던 다유는 유노스케의 정실 부인까지 오른 요시노. 유노스케가 거금으로 낙적시켰으나 당연히 기녀 출신 안주인이라는 데에 빡친 친척들이 절연하겠다고 난리치자 요시노가 정실 부인 자리를 사퇴하며 고별연회에 친척들을 초대합니다. 고별이라는데 매정하게 거절하는 것도 좀, 하여 친척들이 모였더니 요시노가 접대하는데 그게 어찌나 극진하고 즐겁던지... 끝내 이혼하라는 친척들의 요구는 쑥 들어가버리고 말았다지 뭐예요. 그나저나 요시노인가~=ㅁ=

중간에 유녀들이 정표로 준 머리카락이나 손톱 등등을 모아놨다가 여자들의 원한이 요괴로 화해 습격받는 에피소드도 있지만 역시 반성하지 않고 또 모읍니다.(두번째는 속옷이나 연애편지 등으로 그럭저럭 온건해졌습니다만...) 얘는 죽어도 안 나을 거야!!!

그밖에도 유곽의 별난 풍습이 묘사되어 이런 거 좋아하는 저는 재미있었습니다. 교토에서는 유녀의 등급이 가장 높은 순서대로 다유-덴진-가코이라는데요, 다유 다음가는 유녀가 왜 덴진이라고 불리느냐... 화대가 은 25돈인데 기타노덴만구 축제 참배일이 25일이라서. ....불경 아닌가요?!
게다가 유노스케는 하카타의 유곽에 놀러가기도 하는데 이때의 놀음을 비매에 빗대고 있습니다.
.....정말 불경 아니야!? 덴진님 여기에요 이 놈이에요!!!=ㅁ=

그렇게 흥청망청 즐기다가 60세가 되어 기력도 쇠하고, 무엇보다 친하게 지냈던 다유들이 쓸쓸하게 몰락하거나 죽어가는 모습을 보고 충격 받은 유노스케... 여기에서 불문에 들어 지금까지의 생을 반성하면 참 훌륭한 교훈담이겠습니다만(....) 유노스케는 도리어 유녀의 속옷, 춘화 따위로 장식하고 성기구 등등을 잔뜩 실은 호색호라는 배를 만들어 타고 바다에 나가 여자들만 산다는 나라를 찾아 떠납니다~=ㅁ=
현실의 독자로서는 간접적인 자살인가?=ㅁ=하는 생각도 들지만, 이 작품 안에서는 나름 희화화된 멋진 결말입니다.


아, 읽으면서 정말로 놀란 것이....
....제목과 달리 19금 묘사가 거의 없어요!!!(뚜둔)
서술은 오로지 당대 죠닌들의 분방하고 유쾌한 문화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그 표현력 뿐만 아니라 하이쿠나 역사적 사실을 풍부하게 활용하는 저자의 필력이야말로 이 작품이 단지 도색서적에만 머물지 않고 죠닌들의 삶과 생명력을 생생하게 전달하는 고전이 될 수 있도록 한 것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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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괴인 怪人 2019/01/30 17:45 # 답글

    노골적인 성애묘사가 없는데, 피식피식하며 넘겨 읽은 풍자희극이었죠.

    여자만(?) 건드리지 않았죠 (..) 네. 중도 가 당연하던 시대였으니,
    자연스럽게 남자도 건드리더군요 (......) 검열이란 이름으로 에로를 규제하는
    요즘 세태에 고전이란 이름으로 당당하게 에로를 즐길 수 있는 명작입니다. ㅎㅎ.
  • 진냥 2019/02/01 10:36 #

    유노스케의 첫 상대도 남자였으니... 전율할 따름입니다! 게다가 바텀으로 개시했어...!!!
    오홋홋, [금병매]도 도서관에서 자유롭게 열람할 수 있는 몇 안되는 에로가 아닐는지요.
  • 은이 2019/01/30 17:09 # 답글

    이작품에 등장하는건 모두 성인이며 현실의 지명과 이름이 일치하는것은 순전히 우연입니다! 나이도 우연입니다!!!
    ..라고 써 놓고 읽어야 하는 것이로군요!
  • 진냥 2019/02/01 10:36 #

    고전이니까 상관없습니다! 고전 파워....
  • 남중생 2019/01/30 20:45 # 답글

    이 책이... 번역되어나왔군요;; 삽화도 그대로 실려있나요? 망원경이 등장하는 그 장면이라던가...
  • 진냥 2019/02/01 10:36 #

    삽화도!!!!!!!! 실려있습니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오오 지만지 오오...
  • 남중생 2019/02/01 13:02 #

    아아, 그것 참! 소장용 가치도 몹시 높아지는 그런... 아이고 (지갑 털리는 소리)
  • 포스21 2019/05/14 00:18 # 답글

    진짜 에도시대 책입니까? 그렇다면 의외로 조선땅에도 번역 출간되어 읽혔을 지도? ^^;
  • 진냥 2019/05/14 11:58 #

    생각보다 웃흥한 부분이 없기 때문에 수요가 없었으리라 생각됩니다. 일본의 유곽 문화만 자세히 설명하는 방식인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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