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2/01 10:34

리히텐슈타인 왕가의 보물 上 - 국립고궁박물관 기획전시 역사 잡상

대개 느지막히 하는 전시 감상!!! 이번에는 2월 10일까지 하는 리히텐슈타인 왕가의 보물입니다.

좀 더 정확한 사진과 의견은
eggry님의 포스트 리히텐슈타인 왕가의 보물 세조, 국립고궁박물관에 제대로 실려 있으니 참고하시고...
제 포스트야 언제나 보고 싶은 것, 하고 싶은 이야기 뿐이니까요! 테헷!

어찌되었든....
언제나 느끼는 거지만, 국립박물관 기획이나 특별 전시에서 '왕가' '보물' '황금'이 들어가면 높은 확률로 사람이 몰린단 말이지요....
이날도 그러했습니다. 어느 정도냐면 아버지와 굳이 전시해설이 있는 수요일 3시를 맞추어 갔건만, 정작 도착해보니 완전히 입추의 여지가 없어... 해설 듣기는 포기하고 잠시 쉬었다가 들어가기로 했습니다.

휴가 기간이라 퍼자느라 점심도 못 먹고 뛰쳐나왔기 때문에! 고궁박물관에서 판매하는 와플을 먹어보았습니다. 창덕궁에서 발굴된 와플 틀을 본따서 만든, 고종 황제가 사랑했다는 캐치프레이즈의 통칭 '황실 와플'. SNS에서는 공공연하게 '망국 와플'이라고도 불리고 있습니다만(.....)
맛있었습니다. 게다가 누텔라와 아이스크림, 잼에 꿀에 블루베리 체리 등등이 포진한 전열. 고종은 이렇게 호화롭게 먹지 않았을 거예요!!! 라고 아버지께 강변하였습니다.

이렇게 HP를 채우고 다시 기획전시실로!
전시실이 여러 군데에 걸쳐져 있고, 지나가는 통로에도 참고할 만한 사진이 전시되어 있으므로 주의 깊게 이동해야 할 듯했습니다. 뭐 어쨌든.

리히텐슈타인.... 동화 속 나라라고 알려진 유럽의 소국. 세계에서 작은 나라 순위로는 6위이며, 서울의 1/4라던가요.
하지만 이런 작은 나라가 그토록 사분오열했던 유럽의 동란을 겪으며 독립을 유지해 지금까지도 왕의 권한이 상당히 강력한 입헌군주국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비결은 어디에 있을까요... 과연 이 전시를 통해 짐작할 수 있을까요?(드럼 롤)

첫 전시실은 리히텐슈타인 가문의 역사를 문서와 유물, 그림 등으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들어가자마자 만나는 인물은 처음으로 대공의 지위를 받은 카를 1세.

이어 역대 대공의 초상화가 실려 있습니다. 시간이 지나갈수록 초상화의 옷차림도 변해가는 것이 재미있었어요. 제일 마지막 초상화 및 사진은 수트!

리히텐슈타인 대공의 왕관. 정작 왕관 자체는 사라진 상태고(....) 리히텐슈타인의 박물관에 가면 모조품이 전시되어 있다고 합니다. 모조품이라도 빌려오지~!

리히텐슈타인 가문의 깃발. 제 데뷔작이 중세풍 판타지라는 것을 아시는 아버지께서는 니 소설에 나오는 것 아니니? 하고 정신.. 공격을... 가하셨습니다....(끄르르)

그리고 리히텐슈타인 가문의 영지를 묘사한 그림인데요...
이것은 피에트르 두라 라는 기법으로 만들어진 그림입니다. 색색의 돌을 얇게 세공하여 마치 모자이크처럼 붙이는 것이에요! 모자이크와 다른 점은 모자이크는 돌을 비슷한 네모 모양으로 세공하는데 이 기법은 실제 그림처럼 잘라낸다는 것...?! 이 피에트르 두라 기법은 이후로도 여러 차례 나옵니다. 아~ 예쁘다!

너무 좋아서 마구 찍어버린.... 카를 6세가 요한 아담 안드레아스 대공의 파두츠 구매를 승인하는 문서입니다. 이 영토 확보를 통해 리히텐슈타인 가문은 신성 로마 제국 의회의 투표권을 가질 수 있었다고 합니다. 합스부르크 가문의 쌍두독수리 메달리온이 정말 멋지지요!!!

그리고 이것은 카를 6세가 리히텐슈타인 공국의 성립을 승인한 문서. 이때부터 리히텐슈타인 공국은 독립국의 지위를 획득할 수 있었다고 하는데... 같은 카를 6세의 승인임에도 이번 것은 신성 로마 황제로서의 지위를 나타냄인지 메달리온이 권좌에 앉은 황제를 묘사하고 있습니다.

확대 촬영해보았습니다. 앗, 거꾸로인가?!

합스부르크 가문의 메달리온도 확대 촬영!!!


이어 리히텐슈타인 공국의 지위를 나타내는 유물이 전시되어 있는데요....

17세기의 카를 에우제비우스 대공이 직접 주문했다고 하는 뚜껑 달린 병. 무려 연수정 한 덩이를 통째로 깎아 만들었다고 해요....!!!

리히텐슈타인 공국은 전장에서도 많이 활약했다고 하는데, 그 시기를 짐작케 하는 갑옷.
.....그.. 중요한 부분에 천이 드리워져 있는데, 아버지께서 급소를 내놓고 전쟁터에서 싸울 수 있냐고 의문을 표하셔서.... 갑옷에서도 대활약하고 있는 코드피스 사진을 보여드렸습니다. 아마 온가족의 전시인 만큼 검열하지 않았을까요 라는 의견과 함께... 뭔지 궁금하신 분들은 구글에서 갑옷 코드피스로 검색을. 아아... 크고 아름답습니다....

세공까지도 멋진 투구!

할버드- 미늘창. 리히텐슈타인과 인접한 스위스 용병의 무기로 명성을 떨쳤지요. 브르고뉴 용담공을 멋지게 두조각 내서 프랑스 역사가 크게 바뀌는 데에 기여하기도 했다던가요.

대포입니다.

장식 같긴 하지만, 그리스 병사를 묘사한 세공이 달린 거북 등딱지 방패입니다. ...거북이 해치지 마라!


또 투르크의 위협을 정면으로 받았던 나라 중 하나답게, 투르크 인을 묘사한 그림도 많아서 신기했습니다.

달리는 투르크 기병을 묘사한 세밀화. 아버지께서는 이런 놈들을 이겼다! 라는 프로파간다용이 아닐까 흥미로워하셨습니다.

그러한 프로파간다 냄새 물씬 나는 그림 중에는 나폴레옹도 등장합니다! 오스트리아 제국군이 나폴레옹 군에 개털린(....) 아우스테를리츠 전투. 이때 오스트리아의 프란츠 2세가 나폴레옹과 회담을 가지는데, 일견 뻘한 듯이 옆에 서 있는 저 사람이 요한 1세 당시 리히텐슈타인 대공입니다.


이어 리히텐슈타인 왕가의 생활문화, 화려한 세간살이가 이어집니다. 비록 국가의 크기나 경제 등은 타국에 미치지 않을지라도 그 위신만큼은 뒤떨어지지 않도록 해서 국내에서의 지위를 확고히 하는 일종의 프로파간다 전략이 아니었나 짐작됩니다만....

바로크 풍의 문 장식. SNS에서 주목하고 있는 분의 표현에 따르면 '장엄추'인가....

시그니처 전시물! 중의 하나인 새장과 시계가 달린 샹들리에. 아랫 부분의 시계를 촬영하기 위해 허리를 접는 저와 같은 관람객이 많았습니다(....) 그나저나 째각거리는 소리와 촛대에 둘러싸인 새장이라니. 정말 새를 넣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넣었다면 짤없는 동물학대같은데...=ㅁ=

피에트르 두라 기법으로 만들어진 너무나 예쁜 수납장!!! 아마 왕가의 보석 같은 것을 담았겠지요!?

똑같이 얇게 세공한 판을 끼워넣었지만 소재가 나무인, 일종의 상감 기법으로 만들어진 이른바 밀라노식 캐비닛.

리히텐슈타인 왕가의 호화로운 모습을 잘 드러내주는 초상화. 지금 남자분들은 입으라고 하면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면서 도망치겠습니다만! 프릴이 큐트하군요!?

리히텐슈타인 왕가의 관복. 대한제국 때의 관복이 떠오르지 않는 것도 아닙니다.

마찬가지로 연회복. 체격 좀 있는 분들은 힘드셨겠어요.

요한 1세 대공이 트레비아 강 전투에서 보인 활약으로 받은 마리아 테레지아 기사단의 대십자 훈장이라고 합니다. 리히텐슈타인 왕가는 이렇듯 합스부르크 황실로부터 여러 훈장을 받아 국제적인 지위를 다졌습니다.

이건 어느 훈장이었더라....

이건 러시아 황제로부터 받은 훈장이라네요.

요한 1세 대공의 손자인 알로이스 왕자의 비 하나의 초상입니다. 팜플렛의 표지를 장식한 분도 미인이었죠. 무지개의 여신 이리스를 코스프레했다나.

그리고 이것이 수많은 관람객의 의문을 자아냈을 만세력- 즉 언제까지고 쓸 수 있는 달력인데....
우선 달력에 대한 우리의 상식을 벗어나!!! 그래서 설명을 읽어보니.... 동그라미 친 왼쪽의 판넬을 돌리면 월을 상징하는 숫자, 오른쪽의 판넬을 돌리면 해당하는 달의 위상, 그리고 아랫부분에는 황도 12궁이며 교회의 축일이 나타나는 구조인 것 같습니다.
....아마도!!! 리히텐슈타인 왕가에 안 태어나봐서 아이고 모르겠다!!!


다음 편에서는 리히텐슈타인 왕가의 도자기와 식기 및 사냥에 대한 테마, 미술품이 이어집니다. 기대해주시길!
...그리고 직접 보러 가세염!ㅇㅂㅇ/

덧글

  • 은이 2019/02/01 10:42 # 답글

    검색- 코드피스!
    ..헨리8세!
    에잇 속 빈 강정!!?!
  • 진냥 2019/02/02 11:22 #

    ㅋㅋㅋㅋㅋㅋ 그거 정말 망치로 때려보고 싶지요......
    알멩이가 충실하든 그렇지 않든(....) 육체적이로든 정신적으로든 제대로 타격을 입힐 수 있을 듯합니다!
  • 남중생 2019/02/02 00:00 # 답글

    피에트르 두라 이야기를 듣기만 했는데, 나전칠기 처럼 가구 장식하는데도 쓰였군요?ㅋㅋ
    그나저나 망국의 와플... 먹어보고싶네요. 얼마나 맛있길래 +_+
  • 진냥 2019/02/02 11:22 #

    저는 이번에 처음 봐서, 그 오목조목한 아름다움에 감탄했답니다!
    보통으로 맛있었습니다. 하지만 고종이 먹었을 것 같은 맛은 아니에요. 현대적인 맛이라~=ㅁ=
  • 남중생 2019/02/13 08:50 #

    진냥 님의 후기를 읽고 감흥이 넘쳐서 마지막 날이라도 후다다닥 다녀온 남중생입니다.

    저 "투르크인 기병" 그림은 "타타르인" 기병이라고 합니다. 왜 타타르인을 주인공으로 삼았는지 정확히 이유는 모르겠지만, 아마 뒷배경에 있는 투르크인들과 함께 "이렇게 야만적이고 무서운 놈들!!(을 우리가 싸워 이겼다)"라는 프로파간다 아닐까 싶습니다.
    그리고 거북이 등껍질에 정중앙에 붙어있는 도상은 아프로디테였던걸로 기억해요.

    마지막으로 진냥 님을 안심시켜드릴 소식이 있는데, 시계 새장에 들어가는 새는 시계 태엽으로 움직이는 기계 새였다고 합니다. 동물을 사랑한 리히텐슈타인 왕가라 그런지, 동물학대는 아니었다고 하네요.^^
  • 진냥 2019/02/14 00:22 #

    오오오 관람객이 많아서 사실 설명을 충실히 읽지는 못했는데 남중생 님께서야말로 충실한 전시를 즐기셨군요...!!! 진짜 새가 아니라 다행입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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