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2/02 11:20

[금석이야기집 일본부] 五. 독서 일기

금석이야기집 일본부 五. / 마부치 가즈오 외 교주, 이시준, 김태광 옮김 ; 세창출판사 2016

여전히 꾸준히 읽고 있는 금석이야기집.
이번 권은 덴구 소재로 스타트를 끊습니다! 공교롭게도 홋카이도에 갔을 때 오타루 덴구야마를 다녀온지라 더욱 각별하게 여겨집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었음에도... 아니 읽었기에 더욱 덴구의 정체는 알 수 없습니다!=ㅁ= 기본적으로 승려에게 악행을 저지르거나 승려가 저지르게 만들어 타락시키는 요괴라는 인상이지만... 그런 것치곤 인도의 덴구가 파도 소리에 경 읊는 소리가 섞여 있는 것을 듣고 근원을 추적하여 타락시키려고 하였으나 마침내 도달한 히에이 산의 거룩한 분위기에 맞닥뜨리고는 역으로 감화되기도 합니다.
또 일본은 자기네가 불법을 깊이 믿는다고 자부하기라도 하는 참인지 중국 덴구가 일본에 와서 훌륭한 고승들에게 역관광당하여 결국 골병난 나머지 온천치료를 받는 꼴이 되기도 합니다. 이 이야기로 미루보건대 일본의 자랑은 불법의 심오함이 아니라 덴구도 치료하는 온천 아닐지?!

또 아무리 훌륭한 스님이라도 사념에 빠져 덴구나 오니로 변하는 사례가 있습니다. 누구인지 말할 것 같으면 몬토쿠 천황의 황후 소메도노-아키라케이코의 가지기도를 하러 온 법사였는데요=ㅁ= 소메도노를 어쩌다 보고는 홀랑 반해서 감옥까지 들어갔는데도 갈망하는 마음을 도저히 멈출 수 없어 마침내 죽어 오니가 됩니다. 그리하여 소메도노에게 수상한 술법을 부려 그녀가 마치 연인처럼 대하게 만들어 아무리 어장대 안이라지만 신하들이나 심지어 천황까지 보는 데에서... 자율규제!! 자율규제...!!!
...만세일계는 괜찮은 걸까요?

이렇듯 불법에 흠집을 내려고 호시탐탐 노리는 덴구의 환술은 그것을 배우려고 마음먹는 것만으로도 삼보(스님, 불경, 불상을 칭하는 표현으로 뭐 불법 전반을 뜻하는 말이겠지요 이 경우?)를 버리겠다는 맹세를 해야 한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상당히 유쾌한 일화가... 미치노리라는 하급 관리가 공무로 지방에 내려갔다가 지방관의 아내를 보고 마음이 끌려 침실에 숨어드는데요, 여자를 어떻게든 구슬려 거사를 치르려는 참에.... 영 좋지 못한 물건이 뿅 사라졌어요! 혼비백산한 미치노리는 하릴없이 돌아오고, 다른 부하들을 꾀어서 똑같이 여자의 침실에 보냈지만 모두 소중한 것이 실종되는 결과를 낳습니다. 이때 지방관이 문제의 물건이 가득 담긴 쟁반을 갖고오고(....) 무사히 원상복구.
이게 신비한 환술로 해낸 일임을 안 미치노리는 지방관에게 애원해서 술법을 배우려고 합니다.(...왜...?) 하지만 불교를 저버리겠다는 맹세가 확실하지 않았는지 인연이 없었는지 시련을 온전히 극복하지 못하고, 남자의 소중한 부분을 뿅! 사라지게 만드는 술법은 배우지 못했지만 자질구레한 물건을 일시적으로 둔갑시키는 법만 익힙니다. 이렇게 미치노리가 배운 재주를 보이자 요제이 천황도 흥미를 느껴 배워서 종종 써먹곤 했다는데요....
과연 그만큼 요제이 천황이 삼보를 저버릴 만큼 흉흉한 인물이었음을 보여주는 것이겠지만....
이 책의 저자만큼 불심이 깊지 않은 저는 단지 요제이 천황이 폭군이라는 역사 기록을 정당화하기 위함이 아닐는지 생각해보았습니다.

저승여행담을 아예 주제로 삼은 권도 있습니다.
웃지 않을 수 없었던 일화는 가시와데노 히로쿠니라는 인물이 죽은 아버지를 만나는 일화. 꿈 속에서 만난 아버지가 지옥의 고통스러운 시간과, 오봉 때 동물의 모습을 빌어 돌아왔다는 이야기를 전하는데요.....
.....뱀이나 개로 변해 돌아왔을 때는 아들이 인정사정없이 쫓아냈는데 고양이 모습으로 돌아오니 배불리 음식을 대접받았다고요.
주제에 저승여행담이지만 독자인 저로선 코 밑을 문지르며 중얼거릴 수밖에 없습니다. 역시 일본인... 고양이밖에 모르는 바보들....(저도 마찬가지지만!)
뭐, 불심 깊은 저자답게 결론은 저승에서 돌아오는 것도 선행을 한 사람도 모두 부처님 덕분입니다. 부처님 킹왕짱!


그래도 이번 권에서 불법 편은 끝났습니다!!! 세속의 흥미로운 이야기를 다루어요!
아쉽게도 세속편으로 들어오자마자 한 권이 빠져 있는데, 연구자들 추측으로는 천황과 그 일족의 이야기를 다루고자 했으나 사료 선정에 어려움이 있어 저자가 GG친게 아닐까 한다네요.
대신 후지와라 일족의 이야기가 이어지지만 신기하게도 후지와라노 미치나가-섭관 시대 권력의 절정이자 후지와라 가문의 권세를 오로지한 인물은 언급되지 않습니다. 다른 인물들의 서술에서 천황을 훌륭히 섬긴 점이 강조되는 점으로 미루어볼 때 저자의 수록 기준은 천황에 대한 충성심이 아닐까 합니다.

마지막 파트는 육체적인 재주를 자랑하는 사람들의 일화였습니다. 놀랍게도 여성에 대한 일화가 셋이나 있습니다. 그 중 둘은 오와리 지방의 여성(동일인물인지 아주 다른 인물인지는 잘 모르겠슴다)에 관해서인데요, 여우의 피를 이어받아 엄청난 용력을 가져 시장 사람들에게 행패를 부리는 미노노기츠네라는 여자를 쳐발라버린다던가 남편에게 지어준 고운 옷을 지방관이 빼앗아가자 힘으로 되찾아온다던가 하는... 영화나 소설로도 낼 법한 활극이었습니다=ㅁ= 아, 결국 지방관에게 보복 당할 것을 두려워한 시댁에서 이혼시켜서 친가로 돌아가 빨래를 하는데 지나가던 뱃사람이 조롱하니 그의 배를 잡아끌어 육지에 올려 곤경에 빠뜨렸다고요(....) 나중에 사람들이 장정을 모아 배를 끌어봤더니 남자 500명이 끌어야 움직일 수 있었대요.....
스모인 오이노 미쓰토의 누이도 자그마하고 가련한 미인이었다지만 폭한이 쳐들어와 인질극을 벌이는 데에 휘말리는데.... 울면서 뭔가 하는가 싶어 인질범이 들여다봤더니 손가락 하나로 대나무 화살을 분지르고 있었다고(...) 겁이 난 인질범은 도망가다가 잡히고 말았습니다. 이때 오이노 미쓰토 말하길 이 누이가 자기보다 힘이 세 배나 강해서 남자로 태어났으면 역사에 남을 만한 스모선수가 되었으리라고(.....)
흠, 그 뒤로 천여 년이나 흘렀지만 스모판에는 마카롱은 올라가도 여자는 올라갈 수 없습니다. 씁쓸한 일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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