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7/22 03:21

[아이누 민족의 비석] 독서 일기

아이누 민족의 비석 / 가야노 시게루 씀, 심우성 옮김 ; 동문선 2007

한 번 홋카이도에 직접 가니, 아이누에 대한 관심이 폭주하던 참에 읽기로 하였습니다.
아무래도 저에게 있어서 아이누란 [골든 카무이][사무라이 참프루] 같은 서브 컬처 작품이 아니면 [아이누의 구비서사시] 정도로밖에 접한 적 없네요. .....독서 일기를 쓰지 않던 시절에 탐독한 물건이라 지금은 죄다 절판되어서 공공도서관에서조차 찾을 길 없네요. 통탄스럽습니다. 독서 일기... 독서 일기를 반드시 써야한다....

....딴 소리는 각설하고!
저자는 니부타니 지역 출산의 아이누로, 아이누 문화 보존을 위해 평생을 바쳐 온 분입니다. 이 분이 세우셨다는 니부타니 아이누 문화 자료간... 어머 여기 꼭 가지 않으면....
책의 서두에는 지금은 작고한 저자의 생전 모습이 사진으로 담겨 있는데요, 아이누 문화제에서 춘 춤이나 민구民具([골든 카무이]의 타니가키가 도전했다가 발 다친~)를 만드는 광경을 보노라면 홋카이도 여행 때 뵈었던 가이자와 미츠오貝澤貢男 옹이 생각나서 무척 그립습니다. 관광이 사멸하다시피 한 시대인데 모쪼록 건강하시기를....
....어럽쇼?! 그런데, 저자의 원래 성이 가이자와라고요?! 고모 집에 양자로 가서 가야노라는 성을 쓰게 되었다고요!
.....아니 뭐 일본인 관원이 피파우시라는 마을 이름을 가지고 멋대로 가이자와라는 성을 일괄적으로 붙여버린 탓에 그 일대는 가이자와라는 성씨가 무척 많다는군요.
.......그런데 놀랄 만한 사실이..... 나중에 말씀드리도록 하죠.

또 각설하고! 저자의 인생 역정을 보면-
저자의 조상은 시즈나이 지역에서 살았으나 니이카부츠로 이주했다고 합니다. 저자가 추정하기로 마사키 번의 박해에 아이누가 항거한 '시크샤 인의 난'에 연관된 것이 아닌가 한다고요. 그러나 이주했다 한들 고난은 사라지지 않았으니, 할아버지 톳카라무가 불과 12살의 어린 나이로 마츠마에 번의 강제 징용에 끌려가지 않았겠어요. 마츠마에 번에서는 번사들에게 토지 대신 어장을 주었는데, 이곳에서 일하는 사람으로 아이누를 강제 징용했다지요. 보수는 일본인의 1/5~1/7. 주어지는 식사는 하루 한 공기의 밥이나 죽. 너무나 고역인지라 무사히 돌아오는 사람이 드물었지만, 톳카라무는 손가락을 잘라서 귀가하게 됩니다. 아아...ㅠㅠ

나아가 메이지 시대에 나이카부츠가 황실 목정으로 지정. 아이누는 척박한 카이누키베츠로 이주할 수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아이누가 거의 대부분인 니부타니에서 저자는 딱히 차별에 괴로워하지 않았지마는, 아버지는 연어 밀어로 체포되어 (실제 보내지도 않았으면서 저자를 누이에게 입적시킨 이유가 범죄자의 아들이라는 딱지를 붙이기 싫어서임이 암시됩니다) 의욕을 잃은 채 술만 마시고, 첫째 형은 외지에 나가 일하다가 결핵으로 사망, 둘째 형은 중일 전쟁에 참여하여 결핵으로 제대, 저자도 징병되었지만 무로란에서 비행장을 만들다가 종전을 맞이했습니다.

전후에 아이누 마을에는 이른바 연구자들이 많이 드나듭니다. 그러나 그들이 민예품을 마구 가져가고 사람 피를 뽑으며 아이누를 '연구'하는 모습이 분노를 느낀 저자는 이때부터 민예품을 수집하였다고 하네요. 일본인의 꼬드김으로 본토에 순회공연을 갔다가 사기당하기도 하는 등 어려움도 많았지만, 시부사와 케이조(저는 이 인물한테 벗어날 수 없네요...!?)의 주선으로 아이누 가옥을 연구하던, 아이누이면서 문학박사가 된 지리 마사호 박사와 만나면서 아이누 문화를 보존하는 활동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게 됩니다.

그러면서 아이누 민예품을 조각하고, 아이누어를 녹음하고, 관광철에는 노보리베츠 곰 목장(!)에서 이른바 '관광 아이누'로 일하기도 했다고요. 오래 했다간 수염을 기르고 관광 아이누 촌장이 될 듯하여 그만두었다고 서술하시는데요....

그리고 언어학자 긴다이치 쿄우스케(조손이 살인탐정으로 활약하는 그 사람 아닙니다)와 만났습니다. 그 과정에서 저자는 아이누어를 남겨야 할 강한 필요성을 느낍니다.
목재소의 십장이며 바라토리초의 마을 의원을 역임하기까지 한 저자의 마지막 꿈은 아이누어를 쓰는 유치원을 만들어 그 원장이 되는 것이었다고 합니다....
그 꿈은 이루어졌을까요?

이 책의 원제는 [아이누의 비석]이었다고 해요. 하지만 민족으로서 인정받지 못한 그들의 울분을 통탄히 여겨 역자는 이 책의 제목을 이렇게 바꿔 출판합니다. ....러시아와의 북방 영토 문제가 불거지는 현재, 일본 정부는 그토록 무시했던 아이누를 민족으로 격상시키고(법적 제도적으로 완전히 격상시킨 것도 아님) 제가 무척 가보고 싶어하는 아이누 박물관을 '아이누 민족 박물관'이라고 개칭해 다시 개장했다고 합니다.
....아이누의 믿음대로 조상의 영혼과 소통할 수 있다면, 저는 저자에게- 그리고 박해받던 아이누 조상들에게 묻고 싶을 정도입니다. 당신들은 이로써 만족하느냐고.....


....아, 놀랄 만한 사실이라 함은.
가이자와 미쓰오 옹은 저자의 제자였습니다. 삿포로 역에 이 분의 공예품이 전시되어 있다고요.
아~~~~~~~~ 뭔가 내적 친밀감만 터무니없이 커져가~~~~~~~~~~!!

덧글

  • 남중생 2021/07/23 01:32 # 답글

    전후에 오히려 인종학/민속학 연구 대상이 되었다는 대목이 흥미롭네요...
  • 진냥 2021/07/23 03:25 #

    일본의 민속학 연구는 전쟁 전부터 활발했던 것으로 아는데, 남중생님께서 지적하셨던 대로 아이누는 왜 유독 전후에 연구되었는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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