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2/01 03:50

[인챈티드 월드] 거인 독서 일기

인챈티드 월드 : 거인 - 신과 인간의 버림받은 아버지 / 타임라이프 엮음, 권민정 옮김 ; 분홍개구리 2004

민속학 서가를 둘러보다가 아주 깔끔한 인상의 하드커버 총서가 있기에 초이스했습니다. '인챈티드 월드'... 번역하길 마법에 걸린 세계. 세계의 신화와 전설을 주제별로 소개하는 총서입니다.

첫번째 주제는 뭐 제목에서도 빤히 보이다시피 거인. 이 총서를 달리기로 마음먹은 까닭은 총서 자체도 마음을 끌지만 첫번째 주제가 신경쓰인 탓도 크네요. 저야 초반만 조금 보다가 집어치웠으나 충격적인 전개와 훌륭한 미디어믹스로 인기를 끈 이래 완결에서 엄청난 논란을 불러일으켰다는 만화 [진격의 거인]이 생각나서 말이지요......
....딱히 모 인기 만화가 아니더라도(이제와 의미없는 수습] 거인은 수많은 창세와 영웅들의 시련에 관여해 온 존재이지요. 한 번쯤 독파할 만한 주제이입니다!

본문에 앞서 옮긴이의 말에서 가로되... 켈트 신화를 소재로 1장부터 4장까지 거인이 베푸는 창세와 은혜- 그리고 그들의 몰락까지 다루리라고 예고합니다.
.....내용을 볼작시면 켈트 신화만 다루는 것이 아닌데요?!
알프스를 무대로 삼기도 하고 성경, 심지어 일본까지 오고갑니다. 옮긴이가 번역 전에 대충 훑어보고 미리 써둔 서문을 그대로 편집한 걸까요.... 마지막에 체크는 하라구요....

에피소드 자체는 흥미롭지만 전혀 출처가 나와있지 않은 점은 아쉽습니다. 그야말로 흥미 본위라 이야기로 읽고 즐기면 그만인 모음집 정도?
하지만 이 이야기가 전래된 장소만큼은 제대로 언급하고 있습니다. 알프스라든지, 영국이라든지....
또한 흥미 본위로 구성했기에 좋은 점도 있으니, 우선 문체! 본래의 설화를 문학적으로 변주한 덕분에 설화나 민담에서 애매해지기 쉬운 인과관계라든가 기승전결이 분명합니다. 예를 들어 킬로크와 올웬의 혼담... 대체 이 혼인이 뭐길래 당사자인 킬로크 뿐만 아니라 아서왕과 그의 기사들이 총동원되어 쌩고생을 하나 싶었는데, 이 책에서는 서술과 묘사를 충실히 하여 옛 시대가 저물고 인간의 시대가 옴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시점이 바뀌어서 이야기가 전개되기도 합니다. 스칸디나비아 반도, 아버지를 살해하고 어머니를 납치해간 트롤을 쫓는 닐스의 모험... 흥미롭게도 이 책에서는 주인공이 닐스의 어머니입니다! 참담한 처지에 놓여서도 분노와 증오를 잃지 않고 버티어낸 마리의 심경이 생생히 묘사됩니다.

그리고 에피소드마다 삽화가 함께하는데 에피소드의 분위기에 따라 화풍이 다양해요! 한 명의 삽화가가 그리지 않은 듯? 무척 오래된 동화의 삽화를 연상케 하는 부드러운 색채와 섬세한 필치가 일품이었습니다.

아~ 이렇게 된 이상 다음 권도 기대하지 않을 수 없네요!

덧글

  • 은이 2021/12/01 10:48 # 답글

    신화나 전설의 거인(좀 많이 큰 애들)은 자이언트 로보! 같은거보단 태풍 같은 자연재해 삘이라..
    멋질 것 같지만 묘하게 공기 스러운 애들인거 같아요.

    제가 원한것: 거인 펀치! 킥으로 다 박-살 내는 액션
    전설: 거인이 꾸아아아 하니 뭔가 망했다...??
  • 진냥 2021/12/04 05:18 #

    은이님이 생각하시는 거인은 슈퍼 로봇 계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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