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세 동물지 : BESTIARIUM / 주나미 옮김 ; 오롯 2017
이 책은 13세기 잉글랜드에서 제작된 애버틴 필사본을 저본으로 삼아 애쉬몰 필사본으로 번역하였다고 합니다. 중세인들은 신이 창조했으며 본성을 간직한 동물과 자연에서 신의 지혜를 얻고자 하였고, 따라서 10~15세기 이러한 동물지가 많이 쓰여졌다고 하네요.
내용상 특징으로 말할 것 같으면 상상의 동물도 아무렇지도 않게 서술하고, 동물의 실제 생태 뿐만 아니라 민담이나 속설의 모습도 검증 없이 수록하며, 언제나 단어나 개념 사이에 감춰진 진실을 탐구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여기서 진실이란 다름 아닌 크리스트교적 진리.
뭐, 말하자면 동물의 성격을 크리스트교 관점의 미덕과 악덕으로 신나게 분류하고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꽤나 재미있는 시각도 엿보입니다. 예컨대 살무사Viper. 교미를 할 때에는 수컷의 머리를 물어뜯어 죽이고(사마귀...?) 출산을 할 때에는 새끼가 배를 찢고 나오기 때문에 살무사는 기본적으로 고아와 과부라고 하네요. 성욕이 매우 강해 성교를 원하면 곰치랑 교접하기도 한다나요. 저자 가로되 아내에게는 그래도 남편이 있는 쪽이 좋잖겠냐며, 남편에게 또한 '너는 그녀의 주인이 아니라 남편이다'라고 훈계하는 재료로 써먹습니다.
그밖에 동물학이 아직 과학 측면에서 발달한 시대가 아니라 곤충, 나무, 인간의 신체부위도 다루고 있어 아주 난맥상이었습니다. 신비한 돌은 왜 등장하는 건데...?!
....그리고 본문과는 상관없는데 말이죠.......
누군가가 책에 낙서를 해놓았습니다. 공공 도서관 책에 무슨 짓이야! 외치며 멱살 잡을 만한 일은 왕왕 있어왔지만....
이 낙서의 유별난 점은 그럴싸한 정서로, 해당 동물과 동서고금의 유명한 인물을 비교해놨지 뭐예요. 네로를 사자라든가, 당 태종을 호랑이라든가. 아돌프 히틀러는 늑대 페이지에 갈겨써두었는데 멱살 잡고 싶네요. 나의 늑대를 이상한 놈에게 갖다붙이지 마! 나의 늑대쟝은 그러지 않아!!!
....근본적으로 도서관 책에 낙서하면 절대 안 될 노릇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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